12·3계엄 후 페북서 13차례 직설…한덕수·여당 등에도 쓴소리
지역 정가선 조기 대선 호남주자론, 총리, 3선 등 다양한 해석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로 조기 대선(大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권을 향해 연일 작심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배경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가 12·3계엄 발령 43일 만인 15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데 대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필귀정이고, 이제 국민 배반행위의 최종 결과는 헌법재판소 파면과 구속 뿐"이라고 밝혔다.
12·3계엄 이후 13번째 직설로, 사흘에 한 번 꼴이다. 김 지사의 작심 발언은 내란수괴 피의자인 윤 대통령은 비롯, 한덕수 전 총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여권 관계자, 연예계 대부에게까지 거침없이 이뤄지고 있다.
김 지사는 계엄 이튿날 "민주주의가 1980년 이전 군사정권 시절로 후퇴해 참담하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최대한 빠르게 탄핵함이 타당하다"(탄핵안 국회표결 하루 전), "분하고 안타깝다"(1차 표결 부결 후), "오락가락 한동훈, 완전 무개념 법조인"(한·한 공동국정운영 발표 후) 등 날선 멘트를 날렸다,
윤 대통령의 12·12 담화에 대해선 "스스로 반국가·반헌법 세력임을 자인한 것으로, 한시라도 빨리 탄핵시켜 대한민국과 경제를 구해야 한다"며 조기 탄핵을 재차 강조했고, 연말에는 한 총리의 '헌재 재판관 임명 보류'에 "월권적 정치 행위" "윤석열 아바타, 내란 대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지목한 뒤 "비극적 참사 앞에서 '줄탄핵' 운운하는 망발을 멈출 것"을 촉구했고, 참사 현장 자원봉사와 추모 물결을 '선한 영향력'으로, 내란을 옹호하는 행위를 '악한 영향력'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체포·수색영장 집행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은 즉각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라"고 요구했고, 가황 나훈아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양비론이 아닌 시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나훈아는 최근 고별공연에서 정치권을 겨냥, "지금 하는 짓거리가 국가, 국민을 위한 것이냐.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는데, 왼쪽 역시 잘한 게 없다"고 지적해 논란을 낳았다.
비교적 온건파로 알려진 김 지사의 강성 드라이브를 두고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추후 정치 행보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이르면 5월 전후로 소위 '벚꽃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호남주자론에 힘이 실린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행정부지사 역임후 18대, 19대 총선에서 승리,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하고 농림부장관도 거친 다채로운 스펙 탓에 호남 출신 차기 지도자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김 지사 스스로도 최근 송년 기자회견에서 호남주자론과 맞물려 중앙 진출 의향을 묻는 질문에 "호남 유력 정치인이 호남을 대변할 인물로 커가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며 "호남의 목소리를 키우는 측면도 중요하다. 여러 지역민과 함께 고심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남의 파이와 목소리를 키운다는 점에서 보면 중요하다",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호남 대망론, 호남주자론 얘기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지역 정·관가에선 '호남 총리론'도 적지 않다. 광주 군·민간 공항 이전, 국립 의대 설립, 농어업 현안 해결과 지역균형발전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고, 호남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는 가교로도 역할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26년 도지사 3선 도전도 김 지사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여서, 정무적으로도 정치적 선명성은 매우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작심 발언은 어느 정도 텃밭 민심은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결과 김 지사의 도정운영 긍정 평가는 61.2%로, 김동연 경기지사, 김관영 전북지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22개월 간 1위를 지켜오다 지난해 5월 평가에서 3위로 내려 앉은 뒤 2, 3위권을 유지하다 7개월 만에 1위에 다시 오른 뒤 2개월 연속 수위를 기록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차기 도지사로 4∼5명이 자천타전 거론되고 있고, 최근 몇 년 새 이슈화된 호남정치 상실론을 감안할 때 호남 지분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며 "김 지사의 최근 행보는 여러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