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선동하며 수익 올리는 유튜버들…"기부금품법 신고는 0명"

행안부 "계좌 후원행위,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인지 모호"
"자발적 구독료" 요구하며 계좌 명시…"적극적 권유 아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지는 탄핵 정국 동안 정치 유튜버들이 선동과 선전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적법 절차를 밟아 행정안전부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 모집을 사전에 알린 유튜버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 유튜버들이 구독자들로부터 계좌 후원을 받는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 아닌지도 모호해, 이들의 모금 행위가 법의 감시망에서 벗어나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구독자들로부터 계좌 후원을 받는 극우성향 등 정치 유튜버 가운데 행안부나 관할 지자체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유튜버는 지금까지 한명도 없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한 달 간 계좌 후원 등을 통해 1억7843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유튜버들의 후원 방식은 크게 슈퍼챗(유튜브 생방송 중 채팅창으로 후원하는 기능)과 계좌 후원으로 나뉜다.

슈퍼챗을 통한 후원은 유튜브에서 일정 수수료를 떼어 가지만 계좌 후원의 경우 유튜버 개인이 온전히 후원금을 챙길 수 있어 일부 유튜버들은 화면에 자신들의 계좌를 적어놓기도 한다.

이처럼 계좌 후원을 통해 1000만원 이상 모금을 한 경우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의 적용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현행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인들을 대상으로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행안부나 관할 지자체에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반드시 해야 한다.

기부금품의 목집 목표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행안부에 등록 신청을, 10억원 미만일 경우 관할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1000만원 이상 규모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행안부나 관할 지자체에 모은 기부금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적은 사용 계획서를 내고 모집 결과 등을 보고해야 한다.

모집한 기부금 사용을 완료했을 경우 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 보고서까지 받아 사용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도 갖게 된다. 이 같은 절차를 따르지 않고 기부금품을 모집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법은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통해 기부금품을 무분별하게 모으거나 사용해서 발생하는 피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가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자극적인 발언으로 후원금을 계좌로 송금 받는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행안부나 관할 지자체에 제대로 신고를 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행안부는 파악하고 있다.

다만 행안부는 유튜버들의 계좌 후원 모금 행위를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엔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유튜버들이 화면에 띄우는 문구와 구독자들이 계좌 후원의 목적 등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부금품법에서는 광고, 서신, 그 밖의 방법으로 기부금 출연을 타인에게 권유·요구·의뢰하는 행위를 기부금품 모집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기부금을 모집한 사람의 적극적인 권유, 요구, 의뢰 행위가 있어야지 기부금품 모집 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튜버들이 화면 하단에 "자발적 구독료" 또는 "자발적 시청료"라는 문구와 함께 후원 계좌를 적고 이에 따라 구독자들이 송금하면 이는 적극적인 권유나 요구에 따른 모금이 아닌, 자발적 기부로 봐야 한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돈을 후원해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자발적인 후원'이라고 써놓으면 적극적인 기부금품 모집 권유 행위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유튜버들이 계좌로 후원 받는 돈을 어떤 성격으로 규정하는지에 따라서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기부금품법상의 기부금품은 '반대급부' 없이 취득하는 금전이나 물품, 즉 기부에 상응하는 대가나 이익 없이 모으는 돈으로 규정돼있는데, 구독자들의 후원금을 "시청료" 차원이나 서비스 제공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는 행위로 해석하면 이는 반대급부가 있는 기부행위에 해당하게 돼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후원금을 모은 대상이 '불특정 대상'이 아니라, 본인 채널의 구독자 등 회원일 경우 기부금품법 적용을 받긴 어렵다고 행안부는 설명한다.

이 때문에 유튜버들이 억대 후원을 받는 행위를 현행 법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6~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집회를 주도하면서 기부금품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고 후원금 24억여원 등을 모금한 시민단체 간부들이 기부금품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된 일이 있었다.

극우 유튜버들의 경우에도 윤석열 대통령 체포, 구속 등 현장을 중계하는 식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기부금을 모으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유튜버에 대한 후원 행위는 산업적인 측면이 커지고 있어서 기부금품법만 갖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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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