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연맹 학살사건 유족회 꾸렸다고 옥살이…64년 만에 무죄

6·25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에 장남이 휘말려 목숨을 잃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족회를 구성했다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되는 활동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투옥돼 숨진 고 문재현씨가 6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 사건 재심 소송에서 문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은 문씨의 아들인 형순(80대)씨가 고인을 대신해 지난해 2월 청구했다.

문씨는 1960년 8월 '전국피학살자유족회' 결성을 주도했다. 이 단체는 6·25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 등으로 군경에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으로 구성됐다.

학살의 진상규명과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위령제를 지내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문씨의 장남도 보도연맹 사건에 연루됐다가 형무소에 희생됐다.

문씨는 동래유족회 회장을 지냈고, 이후 발족한 전국유족회 회장도 지냈다.

유족회가 출범한 이듬해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쥔 박정희 정부는 유족회가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되는 활동을 벌인다며 임원들을 혁명재판소에 넘겼다.

당시 혁명검찰부는 북한이 유족회를 이용해 사회 혼란을 유발한다는 죄목으로 기소했다.

유족회에서 작성됐던 문건에는 6·25전쟁 중 발생한 양민들에 대한 학살 행위의 진상을 규명해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위령제를 통해 피학살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을 뿐 북한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는 것과는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문씨는 1961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투옥 중 유명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유족회 활동이 북한의 찬양·고무·동조 행위와 연관돼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출돼 있지 않고, 5·16군사쿠데타 이전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기관장들이 유족회 활동을 지원하는 등 적법한 것으로 여겨졌었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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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