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사상' 아이파크 붕괴 사고, 책임자 17명 중 5명만 실형

사고 원인은 동바리 철거, PIT층 데크플레이트 임의 설치
현산·하청 현장소장 등 책임자 5명에는 징역 2~4년 선고
책임 소재·과실 정도 따라 6명엔 징역형 집유…6명 '무죄'
현산 전 경영진, 하청사 대표도 "직접 책임은 없다" 무죄
현산엔 벌금 5억원 선고…하청사·감리사도 1~3억 벌금형

7명이 사상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내 붕괴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하청사·감리업체 임직원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이 사고 3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재판부는 현산과 타설 하청사의 현장소장 등 5명에게는 징역 2~4년의 실형을, 감리를 비롯한 직접적인 책임자 6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현산 전 대표이사·하청사 대표 등 경영진에는 직접적인 관리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20일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주택법·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화정아이파크 시공사 현산, 타설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현산 전 대표를 비롯한 각 업체 별 임직원 17명에 대한 선고 재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현산의 현장 총 책임자 이모(53) 전 소장에게는 징역 4년을, 2단지 공구 관련 직급별 책임자 2명에게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관련 직원 2명에게는 과실책 정도와 역할 등에 비춰 징역 2년~2년6개월의 집행을 3년간 유예했다.

특히 권순호(62) 현산 전 대표이사와 하원기(58) 현산 전 건설본부장에 대해선 "지시 체계 등에 비춰 직접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 발생한 사고로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타설 하청업체인 가현건설에서는 현장소장과 시공 책임자에게 각 징역 3~4년을, 실무자에게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가현건설 대표는 재무적 결재 책임만 있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교적 과실 책임이 크지 않다며 감리업체 '광장' 소속 현장 감리, 총괄 감리 등 3명에는 징역 1~3년, 집행유예 3~5년을 선고했다.

다만 실형을 선고한 이들에 대해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법인 별로는 현대산업개발에 소속 임직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양벌규정으로서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가현법인 측에도 벌금 3억원, 감리업체 광장 측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이들은 동바리(지지대) 미설치와 공법 변경, 콘크리트 품질 등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201동 최상층인 39층 타설 과정에서 발생한 16개 층 연쇄 붕괴사고를 내 하청 노동자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동 23~38층 연쇄 붕괴 원인으로 ▲구조 진단 없이 설비(PIT)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 임의 변경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지지대) 설치 없이 타설 강행에 따른 슬래브 설계 하중 초과 ▲콘크리트 품질·양생 관리 부실 등을 꼽으며 원청 시공사인 현산과 하청업체 가현 모두 과실 책임이 적지 않다고 봤다.

특히 검찰은 권 전 대표와 하 전 본부장 등 현산 임원진도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의 안전 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고 자체 안전 점검 조직을 꾸리지 않아 인명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현산 측과 가현 측은 붕괴 사고의 원인과 과실 책임 소재 등을 두고 2년여 넘게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감리업체 광장 측도 "먼저 구조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며 책임이 크지 않다고 맞서며 시공사 현산에 책임을 돌렸다.

우선 재판부는 전문가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최상층 아래 3개 층(PIT·38·37층) 동바리 조기 해체가 가장 주요했다고 봤다. 또 PIT층 데크플레이트(요철 받침판) 공법을 구조 검토 없이 변경 역시 붕괴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38층 하부에 동바리 조기 철거에 대해서는 각 업체와 피고인 모두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고 각자의 과실 정도에 대해서만 다투는 정도였다. 전문가 의견 검토 결과 PIT층의 약 30t 가량의 데크플레이트 구조물을 상부에 시공하면 하중이 설계 때보다 2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준 층에 비해 취약한 PIT층 바닥이 타설 하중을 견디기에는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강도와 RCS 거푸집 균열 등 다른 사고 요인에 대해서는 "붕괴 사고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 없고 주된 사고요인 검토 대상도 아니었다"며 관련 과실과 관련해 기소된 이들에 대해서만 무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동바리 조기 철거와 데크플레이트 임의 시공과 관련해서 현산 측 현장 책임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산은 동바리 해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콘크리트 타설 공정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고 당일 타설 공정 하부 3개 층에 동바리 설치 여부를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 '하부 3개 층 동바리 설치'가 아무리 상식이라고 해도 여러 관계자들이 이미 해체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현산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오히려 '사실상 관리 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데크플레이트에 대해서도 "아무리 가설구조물이라도 하중이 변하고 하중의 전달 경로도 (건축물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구조 안전 검토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가설재에 불과하고 자체 하중이 크지 않아 검토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지만 준공 이후 영구적으로 건물에 남도록 시공된 점, 가현이 시공을 결정했다 해도 기술자 확인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춰 현산 측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사고 원인으로 제외한 콘크리트 강도 부족, 사고 전 RCS갱폼 균열 징후 조치 부실과 관련돼 기소된 현산 직원 등 3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다.

한편, 전면 재시공에 돌입한 화정아이파크는 상가층(1~3층)을 제외한 주거층 철거가 모두 끝나 재공사에 돌입, 2027년 12월까지 재준공을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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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